우아한 세계... 그 우아하지 못한 세계의 우울한 남자 이야기

오랜만에 P와 함께 영화를 보았다.

그녀와 함께 앉아 영화를 본지가 언제였던가... 마지막 본 영화는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려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았다. 우리는 '연인'인데... 하지만 모든 연인이 주말에 마주앉아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영화를 보는 것은 아니니까...

그녀를 만난 시간 4시... 열두 시나 한 시였다면 제법 따사로운 햇살을 느끼며 아직은 어딘가로 가보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4시다. 오후4시... 따뜻한 햇살도 없고 거리는 이제 찬바람이 분다. 무언가를 하기엔 이미 서로 내켜하지 않는 시간.. 어쩌면 무난하게 만나서 밥을 먹고 영화를 한편 보는 것으로 불필요하게 체력을 낭비하지 말자는 편한 생각을 둘다 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게 나쁜것은 아니다.. 때론 그런것을 너무 도덕적으로 의식해버려 서로를 피곤하게 만드니까...

우아한 세계... 이제 막 시작하는 타임을 하나 건너띄고 편안한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기다리다 본 영화

검은색 에쿠스에 검은 정장에 싸움도 잘하고 무게잡고 말하면 나름 멋있어보이기만 한 모습... 그동안 너무나 멋지게 그려진 조폭의 이면을 발라내고 별볼일없는 소시민적인 구질구질함과 평범함만을 아주 우울하게 말해주고 있다. 호수위에 우아하게 떠다니는 백조의 결코 우아하지 못한 물밑 모습같은...

요즘 계속 피곤했다.. 일도 하기싫었고 30년이 넘도록 단 한번도 하지 않았던 결혼이란 것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일주일내내 피곤했다. 주말엔 누군가가 사고를 쳐서 토요일 새벽을 응급실에서 꼬박새며 맞아야 했다. 영화를 보며 우울함과 피곤함을 더 느끼게 된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영화는 그만큼 잘 만들었다는 얘기가 되나?

영화가 끝나자 P가 말했다. 우리 세대의 아버지들이 저렇게 힘들구나 라고... 순간 정말로 그걸 이해못했어서 하는 말일까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아버지가 아니어서 이해해주길 바란다거나 하진 않지만... 정말 모르는 것일까? 여자여서? 라고 잠시 생각했다.

혼자 살다 이제 결혼을 생각하게 되니 생각할게 많아지고 생각할게 많아지니 피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진다. 다른 여자 친구가 내 이런 모습에 너무 이기적이라 했다... 여자친구는 결혼을 생각할텐데 난 그런거따위 오히려 피곤하게 생각한다고... 그게 이기적인가? 피곤한건 피곤한거잖아... 그녀와 결혼하는걸 피하고 싶어서 피곤하다고 말하는게 아니니까... 하지만 피곤하다고 말하는 건 대부분의 여자에게 나쁜 남자라고 말하는 것과 같더라. 

영화를 보고 나와 커피 한잔을 하자며 들어간 곳에서 그녀가 울었다...

어렵게 말을 꺼내려는 그녀의 모습은 충분히 좋지 않은 전언이 있었을 것이라는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상황이 어찌되었든 지금 시점은 그녀에게 내 믿음이 필요했다. 괜찮다고... 나만 믿고 따라오라는 그런 말을 듣고 싶어했었다. 하지만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래다 주고 홀로 돌아오는 차안에서야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운전대를 잡고 신호를 기다리며 밤공기에 차가워진 손으로 계속 눈물을 닦고 또 닦아야 했다.

엄마의 결혼반대 의견을 남자친구에게 전하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던 그녀, 그 아이의 얼굴이 너무나 가슴이 아퍼서...

by Y군 | 2007/04/10 01:17 | ENT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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